키르기스스탄 남부 지방에서 우즈벡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고난들 가운데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우즈벡어 사용 학교의 언어 전환이다. 우즈벡어 사용 학교들은 이미 2010년 6월의 종족 충돌 이전부터 재정 부족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이 유혈 충돌 이후 2년 반이 지나는 가운데 우즈벡어 사용 학교의 언어 전환율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즈벡어를 주된 학습어로 사용하는 우즈벡어 사용 학교에 등록된 학생 수는 약 60% 이상 감소하였다. 키르기스 관리들은 우즈벡인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키르기스어 사용 학교로 보낸다고 주장한다. 우즈벡인 자신들이 우즈벡어 사용 학교를 키르기스어 사용 학교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많은 우즈벡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그들은 키르기스어 사용학교보다는 러시아어 사용학교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즈벡어 사용 학교에 보낸다 하더라도 그 학교는 곧 키르기스어로 언어전환을 하여 아동들의 학업에 지장을 초래할 공산이 크며, 또 키르기스어 사용 학교보다는 러시아어 사용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장차 자녀들에게 더 폭넓은 학업과 취업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우즈벡인들은 키르기스스탄을 떠나 러시아 시민권을 얻고 싶어한다. 이 나라에서는 더 이상 우즈벡어와 우즈벡인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키르기스스탄의 헌법은 소수민족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공부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최근의 센서스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에는 22개의 소수민족들이 등록되어 있는데, 그 중 우즈벡인들은 14.4%를 차지하여 가장 큰 소수민족이다. 헌법의 보장과는 달리 실제 학교 현장에서 모든 소수민족 언어들로 교과 과정을 운영할 재원도 없고 능력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의 교육기관들은 키르기스어, 러시아어, 우즈벡어 그리고 아주 드물게 파트-타임으로 타직어를 통해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국가통계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에 106,577 명의 아동들이 141개의 우즈벡어 사용학교에 재학하였다. 2012년에는 40,833명의 아동들이 91개의 우즈벡어 사용 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다중 언어 사용 학교의 숫자는 2002년 96개교에서 2012년 135개교로 증가하였으며, 러시아어 사용학교의 숫자 역시 143개교에서 203개교로 대폭 증가하였다. 러시아어는 키르기스스탄의 국가어인 키르기스어와 맞먹는 공식어의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우즈벡어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어떠한 공식적인 위상도 갖고 있지 않으며, 어떤 고등교육 프로그램도 더 이상 우즈벡어로 제공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학교들의 언어 전환을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긍정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아타-메켄당>의 오쉬 지부장인 사티발디예프는 우즈벡어 사용 학교의 키르기스어 사용 학교로의 전환을 지지하지만, 이 전환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만약 부모들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다면, 키르기스어나 러시아어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우즈벡의 새로운 세대는 언어 장애 없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며,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쉬 지역의 우즈벡인들은 자신들에게 키르기스어로의 언어 전환은 참으로 인기 없는 조치라고 반박한다. 많은 우즈벡인들에게 정부기관에 취업할 기회 부여 등등의 주장은 허사에 불과한데, 국가 공무원직은 우즈벡인들이 아무리 키르기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에게는 닫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우즈벡인들은 2010년의 유혈 종족 충돌 이후 더욱 거세진 키르기스 민족주의를 비난하기도 한다. 우즈벡인들이 인구의 36.5%를 점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남부 지역에서조차 키르기스인들이 오랫동안 지방 정부를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오쉬 외곽의 우즈벡어 사용 학교 교사인 카밀로바는 대부분의 우즈벡인들은 키르기스어 사용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기를 원치 않으며, 민족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궁핍한 키르기스스탄을 떠날 꿈을 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키르기스어보다 러시아어 사용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을 최상의 선택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처럼 우즈벡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키르기스인 부모들조차 자녀들을 러시아어 사용 학교에 보내어 미래에 그들이 언어의 걸림돌 없이 러시아어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