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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스탈린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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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사후 60년에 즈음하여 스탈린 시대의 공포를 말해주는 망명작가 에브게니 옐친의 책 <<스탈린의 코>>(원제: Breaking Stalin’s Nose)가 러시아어로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지난해 미국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책의 주인공인 소년 사샤는 내무인민위원부의 장교인 자신의 아버지가 같은 직장 동료의 손에 체포되는 사건을 목격한다. 재산은 이웃들에게 모두 빼앗기고 소년은 친척의 집에 맡겨지지만 ‘인민의 적’으로 체포된 이의 아들을 떠안는 것이 두려워진 숙모는 그를 내쫓는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밀고를 하도록 교사들이 이를 부추기기까지 한다. 이 책에는 끝없이 계속되는 체포, 정치범을 면회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 그밖에 당시의 실상들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본래 직업이 일러스트 화가인 저자는 본문 안에 자신이 그린 흑백 그림을 삽입했다.
하지만 스탈린과 그가 저지른 대규모 테러에 관해 어린이들이 몇 살부터 이해할 수 있을까를 두고 러시아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어린이들의 부모는 이 책의 수준이 7세 어린이에게는 너무 이르지만 14세 어린이에게는 다소 늦다는 평가를 내린다. 대다수 역사 교사들은 책의 주인공이 11살인 점을 감안하면 이 연령대가 가장 적합하며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스탈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늘날 부모들이 하는 스탈린에 관한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게 되면 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러시아여론조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27%가 스탈린을 존경하고 있으며 6%는 공감, 약 3%는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의 30%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국민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스탈린이 이룩한 ‘위대한 승리’나 ‘공업의 성과’ 그리고 스탈린 시기에 사회를 옥죄던 ‘혹독한 질서’ 따위를 생각한다.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공로교사인 레오니드 카츠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탈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그의 치세에 이룩한 ‘무언가 긍정적인 것’을 평가하면서 균형을 맞추려 할 필요는 없다. 스탈린이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절대악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활동단체 <메모리알>의 이리나 시체르바코바 역시 카츠바의 견해에 찬성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독일인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보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들은 히틀러가 옳은지 그른지를 재는 독자적인 척도를 갖고 있다. <<안네의 일기>>가 그런 역할을 한다.”
이미 <<스탈린의 코>>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거의 일치한다. 모든 아이들이 책에 쓰인 당시의 사건들에 놀라면서 극악무도한 내무인민위원이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가?”고 부모들에게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스탈린 시대에 관한 불안과 관심의 씨를 동시에 뿌렸다. 내용의 전개나 예술성에 대해서 혹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시인인 레흐 루빈슈테인이 책의 표지에 썼듯이, 어린이들에게 말해주기 어려운, 민감한 역사의 일단을 처음으로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작가는 소중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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