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의 무장 분리주의자들이 지난 7월 17일 격추되어 탑승객 298명이 모두 사망한 말레이시아 항공 비행기의 잔해에 접근하는 것을 이틀째 막았다.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특별 조사단에 따르면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우크라이나 비행기 잔해로 뒤덮인 지역의 일부 장소에만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언급했다. OSCE 특별조사단의 알렉산더 허그(Aleksander Hug) 단장은 조사단이 넓게 퍼진 잔해 지역 중에서 일부만 접근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7월 18일부터 외부 조사단이 잔해가 있는 지역을 방문하는 것을 분리주의자들이 봉쇄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존 케리(John Kerry) 국무장관은 국제조사단과 OSCE 조사단이 “정당하게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데 대해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의사를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달했다. 한편 분리주의 반군세력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간주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르크 뤼테(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 희생자의 시신 수습과 블랙박스 회수를 돕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번 사고를 통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네덜란드 측은 사고 현장에 대한 자유로운 출입을 요구하면서 시신을 실은 열차와 블랙박스를 넘기도록 러시아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협조를 다하겠다고 한 것이다. 20일 현재 여행기 탑승객 298명 가운데 약 84%에 해당하는 251구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보도되었다. 반군은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희생자 시신을 일부 수습해 냉동열차에 실어 모처로 보냈으며 국제조사단이 도착해야 이를 모두 넘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분리주의 반군 세력의 자칭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관계자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신들은 토레즈의 한 기차역에 마련한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마리우폴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방측에서는 네덜란드가 파견한 법의학 전문가들이 21일 사고현장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신원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말레이시아 합동 조사단도 OSCE 조사단 30명과 별도로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지만 사고현장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사고현장 100km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분리주의 반군은 물론 우크라이나 정부군도 조사단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든 실정이다. 아직까지 NATO 차원에서 자위적인 군사력을 활용하는 문제는 거론되고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정부 측이 공개한 반군에 대한 도청 자료의 진위를 감정한 결과 통화내용이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군과 러시아 측은 이에 반박하고 있지만, 이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