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크림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동 지역이 러시아와 합병할 지에 대한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16일 실시되었다. 투표 전날 UN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최되어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가 타당하지 않다고 선언한 결의안을 러시아가 반대하여 부결되었다. 13개국이 찬성했고, 러시아의 동맹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기권했다. 26일 치러진 주민투표는 크림의 전체인구 중 약 6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인들이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크림자치공화국 전체 주민 200만 명 중 투표권을 가진 1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의 최종 결과는 17일 나올 예정인데, 이번 투표의 문항 자체가 합병반대 의견을 배제하고 ‘러시아 합병’과 ‘독립’ 여부만 묻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존 여론조사에서 주민 80% 이상이 합병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어쨌든 결과엔 이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민투표는 크림의 위상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관계 및 국제정세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에 크림 합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16일에는 크림 주민투표가 합법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자신의 기존 입장을 바꾸려는 지에 대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동향은 러시아가 크림뿐 아니라, 러시아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군대를 이동하여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표 하루 전인 15일 밤 러시아는 크림자치공화국 국경 바깥에 있는 우크라이나 마을에 병력을 투입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공수부대원 60명이 전투용 헬리콥터 6대와 장갑차 3대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남쪽 지역 헤르손의 해안가 마을 스트렐코보예에 침투했다. 일련의 사태 이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가 아닌 우크라이나 영토를 급습한 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를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했다. 헤르손 지역은 크림자치공화국에 공급되는 전기와 식수 설비가 있는 지역으로써,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육상으로 운송하는 가스공급기지가 가동되고 있다. 러시아는 13일부터 우크라이나 접경 부근 3개 주에서 이동 배치 훈련과 사격 훈련 등 대규모 야전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근 벨라루스에 수호이-27 전투기 6대와 수송기 3대를 급파했다. 반면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지난주 폴란드에 F-16 전투기 12대를 배치해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나토는 이와 함께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12일 공중조기경보기(AWACS) 2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다.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맞서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크림반도 합병을 추진하는 러시아에 대해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17일까지 외교적 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등의 제재가 즉각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