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모스크바에서 관세동맹 회원국인 3국 정상들, 푸틴 대통령,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에프 대통령,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의 회동이 있었다. 이 회동은 크림사태와 관련하여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징벌하려는 서방의 노력 속에서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지원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선전적인 차원의 회담이라는 것이다. 이 회동을 통해 푸틴은 관세동맹 동료들의 통합 의지를 시험해 볼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푸틴의 유라시아 통합 비전은 EU에 대한 이념적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푸틴이 계획하고 있는 지역 통합 체제에서 우크라이나는 주요 톱니로 간주된다. 모스크바는 유라시아지역 통합을 크렘린의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크렘린은 5월 1일까지 유라시아경제연합(EAU)을 창설하는 조약의 서명을 계획하고 있으며, 관세동맹 3국이 EAU 창설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와 키르기스스탄이 관세동맹 가입을 선언하였으나, 키르기스스탄의 아탐바에프 대통령은 작년 말 가입 로드맵이 자국의 국익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가입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이를 연기하고 있다.
푸틴은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는 관세동맹의 주요 경제 파트너이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경제 위기는 관세동맹의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관세동맹 회원국들은 자국 생산자들을 보호하고 향후 우크라이나와 협력을 위한 조건들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하였다. 나자르바에프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언급 하지 않은 채, EAU 형성은 정해진 계획표에 따라 진행해 나가야 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의견일치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성명하였다.
지역의 정치분석가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군사적 힘을 보여준 것을 고려하면, 크렘린은 다른 탈소국가들이 EAU에 가입하도록 하기 위해 강제적인 전술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푸틴은 EAU가 최종적으로 폭넓은 경제적 정치적 연합으로 발전하고 그 속에서 러시아가 동등한 국가들 가운데 주도국의 역할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논평가들은 크림 위기가 푸틴 대통령의 유라시아 통합 추진을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군의 무력 시위로 말미암아 크렘린이 탈소국가 주민들과 엘리트의 정신과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굳건한 동맹이었으며, 나자르바에프 대통령은 유라시아 지역통합의 치어리더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위기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와의 경제통합을 반대하는 세력들에게 도전의 명분과 자극을 주고 있다. 푸틴의 무력 시위가 러시아의 경제적 지배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EAU 회원국이 되는 것을 주권의 훼손으로 귀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 모스크바는 탈소 국가들에게 러시아가 경제통합 과정에서 어떤 제국적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대신에, 도리어 크림 사태 전개 과정에서 탈소국가들을 완전히 주권적인 나라로 간주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통합 반대자들은 여기서 더 나가, EAU는 새로운 포맷, 즉 푸틴 포맷에 따른 소련의 복원 기획이라고 비판하기도 하며, 주권국에 대한 점령국가와 연합을 함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은 EAU 가입 준비는 하고 있으되 근시일 내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세동맹 회원국 가입은 키르기스스탄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의 통과 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키르기스인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더 나은 조건을 부여하게 될 것이기에 그 대차대조표를 두고 키르기스 국내에서는 열띤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경우이든,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 경제에 자국 경제를 연계하는데 대한 키르기스 측의 불편한 심기를 완화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르메니아는 4월 중순까지 EAU 가입을 위해 요구되는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3월 1일 선언하는 등 회원 가입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아르메니아의 현 정부는 야당이 관세동맹과 가스 거래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또 우크라이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러시아와의 경제통합을 흔들림 없이 굳건히 추구해 나가고 있다고 러시아에게 확신을 주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호응하여 자신은 아르메니아의 조속한 EAU 가입을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