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반도로 자국 병력을 대규모로 이동시킨 가운데 러시아 상원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력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의회의 조치가 있자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 중단을 요구했고, 유엔(UN)도 적극 나서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 상원은 3월 1일 비상회의를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출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러시아 헌법 제102조에 따라 대통령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원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미 상원 승인을 확보한 만큼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배치시키자마자 상원의 이번 승인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6일 부터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서부 지역에서 비상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로 6,000명의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병력파견을 문제 삼고 있으며, 러시아 측은 이에 대해 흑해함대에서의 군사 훈련은 우크라이나와의 상호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군사 개입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러시아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지원 요청이 있으면 이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악쇼노프(Sergei Aksyonov) 크림 자치공화국 총리는 '(크림)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푸틴 대통령에게 크림 자치공화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서방에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우려 속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EU 와 NATO 역시 러시아의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EU는 3월 3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특별 외교이사회 회의를 열기로 했다. 유엔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나서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반 총장은 사태 해결을 위한 이해당사자 간 대화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상원이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을 승인하면서 전운이 고조되자 우크라이나 군대가 전면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Oleksande Turchynov)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1일 밤 우크라이나 TV 생방송에서 '잠재적인 침략' 위협에 대비해 군대에 전면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아르세니 야체뉵(Arseniy Yatsenyk) 우크라이나 총리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군사개입은 전쟁의 시발점이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를 끊는 사건이 될 수 있다'며 크림 지역의 러시아 병력 철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