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아태지역의 동반자 국가들에게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안보조약을 책정하도록 호소했다. 이러한 견해는 이골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이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27차 아태원탁회의 석상에서 밝힌 것으로서 러시아가 지향하는 바는 지역안보의 미래를 책임질 메커니즘에 관해 폭넓은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은 안보조약 체결을 위한 최적의 포맷은 동아시아 정상회담이라고 주장하면서, 동 제안은 제로베이스에서 완전히 새롭게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동남아시아 각국을 비롯한 해당 지역에서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협력 원칙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을 아태지역 전체로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구상의 실현을 로드맵 형태로 달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일반적 행동규범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지역 안보가 대등하면서도 불가분이라는 점이 기본적인 행동규범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타국을 희생시키는 자국의 안보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또 각국이 무력행사, 군사 동맹 형성, 제3국에 대항하는 형태의 협력관계 등을 배제한다는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양학연구소의 드미트리 모샤코프 연구원은, 러시아가 제안하는 로드맵이 아태 지역의 상황을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만일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대단히 큰 성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실현이 아니더라도 러시아에게 적극적인 카드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 영향력과 권위의 확대라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물론 이 제안의 실현에 찬성하는 이들이 앞으로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제안은 향후 아태지역의 통합도 고려한 것이다. 단지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감안할 때 동 제안의 실현이 간단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모샤코프는 중국의 확대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중국의 경제력 확대와 국내의 안정 유지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미국의 우월성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함께 안보 전반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모샤코프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러한 모순은 아시아에서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아시아의 미래 안정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이 경향은 러시아의 제안 실현 가능성을 크게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로든 이 모순을 조정하고 러시아가 제안한 것과 같은 안보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안보 시스템은 지역에서 신뢰관계를 크게 강화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태지역의 역할이 전 지구적 규모로 성장하는 가운데 공동 안보 시스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공통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력적 안보체제가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 영토문제, 사이버범죄, 해적 문제 등, 공통의 위협은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