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일본 양국 정부는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일-러 정상회담의 주요한 성과들 가운데 하나다. 10년 만에 일본 총리가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그 답례로 일본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 러시아와 일본의 지리적 근접성과 양국 국민의 친밀감이 더 이상 영토문제의 포로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견해는 크렘린에서 이루어진 정상회담에서도 제시됐다.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양국이 동등한 조건 하에서 평화조약 체결을 희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한 접촉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렇다고 내일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은 아니다. 67년, 68년이라는 시간 동안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복잡하면서도 두 나라에게 있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남쿠릴의 운명은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주요 조건이다. 교섭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극동연구소의 빅토르 파블랴첸코는 러시아와 일본의 양국 정부가 해결을 향한 단 하나의 올바른 방책을 선택했다고 지적하고, 이것이 영토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진행함과 동시에 서로 수용가능한 길을 모색하기 위한 상호신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에게는 120명의 사업가가 동행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일본의 동반자들이 가까운 장래에 실현가능한 협력 로드맵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교섭에 참가한 일본 실업계의 면면을 보면 일본이 협력을 향해 크고도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에너지 분야는 일-러 경제관계의 기초가 된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에너지안보기금의 콘스탄틴 시모노프 총재는 협력을 방해하는 객관적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일본 기업이 러시아에서의 가스 생산 및 가스 화학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보스토크 근교에 세울 계획인 LNG 생산 공장에 일본이 주식 지분 투자 형태로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가스프롬은 일본에서의 LNG 수입과 수송 네트워크에 주식 지분으로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투자라는 측면에서도, 또 흥미로운 아이디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아베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은 대단히 상징적인 것이었다. 총리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는데, 이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더 이상 정치 관계와 투자 협력, 기술 협력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일-러통상조약이 체결된 1855년 산 와인을 선물했다. 극동연구소의 발레리 키스타노프 소장은 아베 총리가 스키와 스키복을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힘을 쏟고 있는 소치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것이다.” 27년 전 아베 총리의 아버지가 소련을 방문할 당시, 식물원에 200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아베 총리가 모스크바를 봄에 방문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양국 관계에 꽃을 피우고자 하는 그의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