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알마즈벡 아탐바에프 키르기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가난한 키르기스스탄의 수력발전 분야에 러시아가 대규모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 대신에 아탐바에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경제 및 안보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현재 모스크바는 과연 키르기스스탄에 그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한가를 두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청신호를 보내면서 현실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처럼 보인다. 4월 16일 러시아 국가두마는 캄바라타-1 수력발전호 그리고 나린강의 좀 더 상류 위치에 4기의 소규모 발전기 건설 의도를 확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비용과 위험부담, 불확실한 경제, 이웃 우즈베키스탄의 지속적인 반대 등이 모스크바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소련 시기에 기획되었다가 다시 되살아난 이 프로젝트는 서류상으로는 대단하게 보인다. 러시아 의회의 CIS위원회 부위원장인 드미트리 사블린(D. Sablin)은 나린강에 건설될 이 수력발전 시설의 총 발전량은 시간당 50억 킬로와트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러시아국영기업 <루스하이드로>가 나린강 상류의 급류지대에 4개의 발전기를 건설할 예정이며, 또 다른 국영기업 <인터 라오>가 20억 달러가 소요될 캄바라타-1을 관리ㆍ감독하게 될 것이다. 이 두 프로젝트에 소용될 총 비용은 30억 달러를 상회한다. 사블린은 캄바라타-1이 1900메가와트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하지만, <인터 라오사>는 그 수치를 좀 더 적게 잡고 있다. 사블린은 캄바라타-1이 7년 동안에 완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탐바에프와 푸틴의 합의 내용은 그 프로젝트가 손익분기점에 달할 때까지 <인터 라오>가 캄바라타-1의 75% 주식을 갖고, 그 이후에는 양측이 모두 동일하게 수익을 분배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손익분기점 도달까지는 12년 이상이 소요되며, 리스크가 높은 키르기스스탄의 투자 환경 등을 고려하면 <인터 라오>측의 망설임은 이해할 만한 것이다. 3월 29일 <인터 라오>는 카나다 기업 <SNC-Lavalin>에 500만 달러의 비용으로 캄바라타 타당성 조사를 위임하였다.
수력발전소 건설 관련 거래는 푸틴 대통령이 키르기스스탄 방문 중에 서명한 합의 패키지의 일부였다. 이를 통해 푸틴은 비쉬켁을 러시아의 지정학적 궤도 속으로 확고히 안착시키려고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패키지에서 모스크바는 적어도 2032년까지 군사기지를 확보하는 대신 즉시 키르기스스탄의 채무 2억 달러를 탕감해 주고, 남은 채무 3억 달러는 2016년부터 시작하여 10년 동안 상각해 나가는데 합의하였다. 러시아 의회는 수력발전 건설을 확인하는 결의안 통과와 같은 날, 키르기스스탄의 채무 청산 방안도 비준하였다. 두마 의원들의 논의 과정에서 비판도 제기되었던바, 자유민주당의 쥐리노프스키는 키르기스스탄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데 습관화되고 있다고 불평하면서 채무를 탕감해주는 대신에 그 나라의 보물인 이식-쿨 호수를 러시아에 양도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 다른 두마의 정파는 러시아의 재정 사정이 어려우며 지방의 후진 지역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지원을 비판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실현 여부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는 우즈베키스탄의 태도이다. 이 나라는 목화 농장에 관개용수를 대기 위해 키르기스스탄의 물에 의존하고 있다. 타쉬켄트는 타지키스탄의 로군댐 건설을 반대하는 것과 똑 같은 이유로 캄바라타-1의 건설을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4월 15일 드물게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카리모프 대통령과 푸틴의 공동성명에서 수력발전소 건설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카리모프는, 이전에 몇 번씩이나 그러한 계획은 이 지역에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던 만큼, 이 문제를 제기하였을 것이다. <러시아전략연구소>의 쿠르토프는, 러시아의 여러 정치인들이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통합 심화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갖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그 계획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 프로젝트에 관심이 큰 푸틴이 적어도 아직 5년 동안이나 더 현직에 있을 것이기에 키르기스스탄은 계획을 실현할 좋은 기회를 갖고 있다고 논평하였다. 쿠르토프는, 이 기간 동안에 키르기스스탄은 자신이 신뢰할만한 동반자임을 입증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