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18명의 이름이 들어간 <마그니츠키 리스트>를 공개했다. 리스트에 열거된 이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국적자들로서 미국이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이들에 대해서는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리스트에는 고위급 인사의 이름은 들어가 있지 않다. 재판 내용은 미국 입국비자의 발행 금지와, 미국 내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를 동결하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원래 리스트에 포함시키려던 이들의 수는 280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미러 관계의 ‘리셋’에 손상이 갈 것을 우려해 리스트의 규모를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는 이들의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고, <지구화 정치 속의 러시아> 지 편집장 표도르 루키야노프는 지적한다. 그는 미국이 그저 자국의 국익을 위해 리스트의 일부를 숨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마그니츠키법>은 영국의 투자펀드인 <허미티지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회계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가 2009년, 탈세 혐의로 수감돼 있던 모스크바 형무소에서 사망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마그니츠키의 죽음은 사회 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러시아의 형벌 시스템이 크게 변화됐다. 문제는 이 비극이 작지 않은 정치적 요인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센자민 커딩 상원의원을 필두로 한 몇몇 의원들이 마그니츠키의 체포와 죽음에 관여한 자, 사건의 정보 은폐에 가담하고 이로부터 개인적인 이익을 얻은 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마그니츠키 사건>이 지극히 러시아 내부의 문제이며 이와 관련해 대단히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미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할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른바 <디마 야코블레프 법>을 채택한 것인데, 이 법은 미국인 양부모의 잘못으로 사망한 러시아인 어린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러시아 측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디마의 양부모와 사건 책임자들, 관타나모 형무소에서 시민들을 불법적으로 구속하는데 가담한 이들, 이라크와 아프간 죄수들에게 폭행을 가한 이들의 이름을 그 안에 올렸다. 4월 15일, 톰 드니론 미 대통령 보좌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드니론은 푸틴 대통령에게 미러 협력의 미래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양국 사이에서 블랙리스트가 오고감에 따라 드니론 보좌관의 역할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보좌관은 미러 두 나라가 협의해야할 주제는 너무도 많으며 대화를 중단해서는 안되다고 말해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노력할 뜻을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