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연방재판소는 4일, 러시아에 불법으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제품을 밀반출하려다 구속된 이들에게 시효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들을 첩보기관에서는 산업스파이로 부른다.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이들은 전부 11명이며 그 가운데 8명이 체포되었다. 나머지 3명은 러시아 국내에 있어 구속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적어도 2명이 러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체포된 이들 중 1명은 러시아와 미국의 이중국적자였다. 그 외에는 구소련 공화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자들이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불법 반출 사건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으며 러시아 외무부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이 결코 스파이 스캔들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외무부의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러시아인이 포함된 이 그룹의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에게 전달된 정보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에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제품을 불법으로 보내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국 측은 이번 고발이 형사상의 성격을 갖는 것일 뿐 첩보활동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사건의 주범은 알렉산드르 피셴코라는 이름의 인물로 그는 미국과 러시아에 회사를 갖고 있는 사주로 밝혀졌다. FBI는 그가 미국 영내에서 러시아 정부의 미등록 에이전트(agent)로 활동해 왔으며 불법적으로 최첨단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제품을 사들였다고 보고 있으며 나머지 10명은 수출에 관한 일련의 법률위반과 사법방해죄를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와 미국 정부 사이에 스파이 혹은 그와 관련된 스캔들이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발생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 보도로부터 판단하건데, FBI는 이들 “스파이들”의 활동을 이미 오랜 기간 방치해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지금 이 사건이 ‘폭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러시아학술원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의 이고리 호흘로프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런 종류의 정보를 흘리기에는 지금이 가장 적기일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그리고 미국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나약하게 대응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스캔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 과열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러간에 발생한 스파이 사건은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기 전에 정기적으로 폭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2010년의 경우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러시아와 미국이 조인한 전략공격무기에 관한 새로운 조약 체결 전에도 스파이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는 11명의 러시아인 스파이 그룹이 적발되어 러시아로 송환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