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키르기스스탄 방문에서 6개의 양자 협정이 체결되었으며, 중앙아시아에서 모스크바의 자비로운 역할에 대한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들리는 수사들도 덧붙여졌다. 2010년 4월 쿠르만벡 바키에프 전 대통령을 몰아 낸 시위 사태 이후 푸틴은 처음으로 키르기스스스탄을 방문하였다. 바키에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제공한 차관 3억 달러를 전용하고, 자신에 모스크바에 한 약속을 어김으로써 크렘린을 분노케 하였던 바 있다. 모스크바는 바키에프 이후의 키르기스 정부와 관계 긴밀화를 천천히 추진하였다. 모스크바는 그러한 행보의 배경으로, 소위 다중-벡터 외교정책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모스크바로부터 원조를 얻으려고 시도하는 비쉬켁에 대해 피로와 좌절감을 갖고 있음을 표현하였다.
푸틴 대통령의 방문 전에 아마도 가장 많이 사전 논의된 협상은 국방협력 안건이었다. 9월 20일 양국은 두 가지 관련 문서에 서명하였다. 하나는 러시아가 키르기스스탄에 군사시설을 유지하는 조건에 대한 협정이며, 다른 하나는 2017년에 그 협정이 발효되기 전까지 양자간 군사협력을 조율하기 위한 프로토콜이었다. 아직 상세한 사항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통신사들은 모스크바가 매년 4백 5십만 달러의 고정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적어도 2032년까지 키르기스스탄에서 자신의 시설물을 유지하고 이용할 권리를 갖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양국 대통령은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마나스 공군기지에 대해 의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여섯 개의 합의 문서 중의 하나와 양국 정상의 18개 항목 공동성명은 러시아 측이, 마나스기지의 모든 군사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이를 민간 트랜지트 허브로 변환하고자 하는 키르기스스탄의 결정을 지원할 것이며, 또 이를 위한 인프라 건설을 기꺼이 도울 것을 고려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현재 미군은 2014년에 마나스 기지를 떠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또 다른 협정 문서에서 모스크바는 비쉬켁의 채무 1억8천9백만 달러를 탕감해 주기로 약속하였다. 구체적인 탕감 일정은 10월 중순까지 합의될 것으로 보도되었다. 키르기스 재무장관은 9월 현재 키르기스스탄의 해외부채는 총 31억 달러이며 GDP의 47%를 상회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키르기스스탄의 남은 채무 3억 달러에 대해서 푸틴 대통령은 2016년부터 시작하여 10년에 걸쳐 탕감해주기로 약속하였다. 키르기스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항은 에너지 관련 협정이다. 키르기스스탄은 겨울철에 전력부족으로 인한 정전 사태를 자주 겪고 있지만, 이 나라의 수력발전 잠재력은 막대하다. 2009년에 모스크바가 비쉬켁에 약속했던 차관 17억 달러도 ‘캄바라타-1(Kambarata-1)’으로 불리는 1.9 기가와트 전력 생산을 위한 거대 수력발전소 건설을 도울 목적이었다. 그러나 바키에프 전 대통령이 마나스 미군기지 폐쇄를 비롯한 자신의 약속을 어기자 차관 집행을 거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