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조약에 대해 러시아와 일본의 입장은 여전히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대화를 계속해 나갈 준비는 갖추어져 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소치에서 일본의 겐바 코이치로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그 결과를 이처럼 평가했다. 이번 외무장관 회담은 라브로프와 겐바 사이에 이루어진 다섯 번째 회담이다. 라브로프는 “매번 회담할 때마다 우리는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순간적인 정치 상황에 좌지우지될 것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정치를 할 것인지를 말이다. 진지한 정치를 할 요량이라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가 지적한 접근법은 이미 일본에서도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와 일본 정부가 영토문제와 같은 대단히 미묘한 문제에 대해 과거와 같은 강경한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치 외무장관 회담 전에, 일본 측은 러시아와 영토 문제 교섭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이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특사로 임명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차분한 가운데 서로를 존중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겐바 외무장관은 러시아 방문 전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는 일본의 법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분쟁 영토에서 러시아와 공동경제활동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계획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과의 관계를 러시아 외교의 우선적 방향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에게 있어서 상위 10위 권 안에 드는 경제 파트너이며, 2011년에는 두 나라의 무역액이 세계경제위기 이전의 최고치를 상회하여 약 300억 달러에 달했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누적액수로 100억 달러를 초과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나라 간 관계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완전히 발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는 극동을 비롯한 에너지 협력 분야에서 큰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실현시킴으로써 러시아는 높은 부가가치를 붙여 제품을 수출하고, 일본은 에너지 공급처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도 전망 있는 협력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원자력 협력에 관해서는 이미 5월 3일 양국 간 합의가 발효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