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주 열린 각국 주재 러시아 대사들과의 회합에서 러시아 외교의 우선과제가 CIS와 EU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회합에서는 유럽 경제위기와 중동 정세, 아태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발전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었다. 대통령은 현재 유로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한 후, 유로의 불안정한 상태는 전통적인 서구가 경제적 패권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국제정치에서 힘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그런 한편으로 이들 서구 국가들이 현재 갖고 있는 패권적 지위를 버리지 않으려는 의도 하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법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구 국가들의 이런 태도는 이른바 인도주의적 작전이나 ‘미사일 폭탄 민주주의’, 내전에 대한 개입 등에서 잘 드러난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서구가 의도하는 개혁 과정이 얼마나 모순에 가득 찬 것인지, 또 균형을 잃은 것인지 우리는 목도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에 리비아처럼 비참한 시나리오가 예상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시리아와 같은 나라들에서 리비아의 시나리오를 반복하려는 의도를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많은 국제/지역적 문제의 해결은 두 개의 핵 강국인 러시아와 미국에 달려 있다. 미국과의 협력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예측 가능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 대선을 앞두고 있을 수 있는 과격한 언동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는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와의 사이에 관세동맹을 통한 통합을 진행시키고 있다. 다음 단계는 유라시아경제공동체이며 이미 서방 국가들도 구소련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CIS는 러시아 외교에서 ‘핵심’이라는 것이 푸틴의 시각이다. 그 밖에 아태 지역과의 협력도 푸틴이 중시하고 있는 우선과제다. 그 지역의 역동적인 발전은 인도와 중국 등 아태 지역이 새로운 정치경제적 중심이 될 날이 멀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