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총선의 득표 결과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을 키르기스 5개 정당의 지도자들이 연립정부 구성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권력으로 가는 길은 모스크바를 경유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된 러시아 지도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다. 새 헌법에 따라 구성될 의회중심제 정부가 자칫하면 마비 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력 5개 정당 지도자들 가운데 4개 정당의 지도자들이 은밀한 협의를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였다. 이러한 방문은 키르기스 정치가들이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국정을 맡기 위해서는 크렘린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징표이다. 전직 총리인 ‘아르-나미스당’의 펠릭스 쿨로프와 ‘키르기스사회민주당’의 알마즈벡 아탐바예프는 모두 모스크바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인물들이며, 이 둘은 총리직을 노리고 있다. 역시 총리직을 희망하는 ‘레스푸블리카당’의 오무르벡 바바노프는 모스크바에 강력한 비즈니스 인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는 자신과 연합할 모든 연정 파트너는 러시아가 키르기스스탄의 주된 경제 동반자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주로 민족주의적 정서에 호소하였던 ‘아타-주르트당’의 지도자들 역시 크렘린을 향한 구애 대열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 당의 공동의장이자 전직 검찰총장인 미크티벡 압딜다예프 역시 모스크바를 방문하였다. ‘아타-주르트당’의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러시아 군사시설의 키르기스 주둔 지속을 찬성하였으며, 반면에 미군의 마나스공군기지 임대계약은 갱신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암시하고 있다. 결국, 선거 후 모스크바를 방문하지 않은 지도자는 ‘아타-메켄당’의 오무르벡 테케바예프 한 사람 뿐이다. ‘아타-메켄당’은 과도정부에서 뚜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친서방적 성향의 정당이다.